두개의 영화
<아이 엠 러브>
2018/5/22 감상
이동진님께서,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사랑과 욕망의 3부작"을 보라고 친히(그냥 테레비에서 ㅋㅋㅋ) 말씀해주셔서 그것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 중 하나인 <아이 엠 러브>
음.. 제목이 괴이하군.. 나는 사랑?
여튼 기대감을 가지고 본 영화.
집에서 혼자 조용히 보려고 했는데, 그때 마침 휴가였던 박서방이랑 같이 봄... (쩝...)
나는 전문적인 평론가도 아니고, 막 후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가끔 꼴릴 때마다 그냥 끄적이는 정도니, 여기도 매우 가볍게 쓰는 거임. 그냥 기억해 두고 싶어서.. 언제 내가 또 이렇게 영화에 필을 받겠나 싶어서..
영화의 줄거리 및 설멍은 이 포스트가 굉장히 잘 해 놨다. 보기->
넘 잘해놔서 내가 덧붙일 말이 없음..주인공으로 틸다 스윈튼 언니 나오시고, 역시 이태리 배경. 너무 훌륭한 건축물, 경치, 옷, 음식들.
이 감독의 특징이 가족이 둘러서 앉아 나누는 식사 시간, 정원에서의 식사, 수영장, 여름 풍경, 햇볕.. 이런 거라는데, 이 영화 역시 그런 장면 참 많고 볼만하다.
영화는 그냥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 같은 줄거리인데,
첨 볼 때는, 아, 그래서 저 바람난 여자가 이제 죄값을 받는건가? 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으잉? 하며 충격을 받게됨.
그리고 아니 저 아줌마는 왜 저럴까, 왜 바람이 나나, 왜 둘은 눈이 맞나 이런걸 또 혼자 고민하게 되는데, 앞선 포스트에 내가 써놨듯이 이 감독은 그러한 상황 자체를 구구절절 설명해 주는 감독이 아니다.
그냥 "현재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모든 방식을 동원하는 감독" 이라고 하질 않았나..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
이 아줌마가 왜! 왜 그랬어!!! 이런게 아니라, 그냥 지금 바람 난 거야.. 그러니깐 지금 환희에 찬거야.. 그러니깐 지금 슬픈거야.. 를 그냥 장면 장면으로 압축되게 보여줄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 아니 그냥 일반적인 영화라면 딸이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순간의 당혹감이랄지, 서로 잘 알지 못하던 남녀가 눈이 맞기까지의 과정이랄지, 뜻하지 않았던 아들의 죽음에 얼마나 슬퍼하고 놀라워할지, 그것을 엄마로서 얼마나 자책할지 등등에 대해 구구절절히 설명하게 될터인데, 여긴 일체 그런게 없다.
마지막에 (러시아 출신이지만, 이탈리아 명문가로 시집와서 자신을 잊은 채, 엄마로, 우아한 귀부인으로, 안주인으로 살아온) 엠마가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허름한 추리닝 바람으로 그 집을 뛰쳐 나오는 장면에서, 그녀를 항상 지켜봐주던 그 집 집사쯤 되는 '이다'가 급하게 모든 것을 도와주고, 엠마가 나가버리자 주저 앉아 우는 장면에서, 그녀(엠마)가 그동안 얼마나 알맹이 없는 슬프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는지가 한꺼번에 이해되는 요상한 영화....
바람 난 남녀가 마구 정사를 벌이는 장면보다도, 처음에 그 바람 날 남자가 해 준 요리를 맛보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그 장면을 더욱 더 숨막히게 그리는 감독..
뭐 그런 영화다. 그래서 장면 장면이 다시 볼 수록 놀라운 느낌.
사실, 이태리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이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나름 열정적이고 말도 좀 많고 흥도 많고 액션도 많은 사람들 아닌가(난 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 감독이 만든 영화의 세상은 그렇진 않다.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느낌. 그 속에서도 끓어오르는 뭔가가 느껴짐.
가끔 뭔가 많이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설명도 안 하고 예술적인 척 하는 영화도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건 아니다. 처음 보면 뭐지? 내가 뭘 놓쳤지? 싶을 때가 있지만 두번쯤 보면 음.. 그래 알겠어. 싶다. 일단 내 머리 수준으로는 두번은 봐야 하더라.
이제 사랑과 욕망의 3부작 중 <비거 스플래쉬>가 남았다. 즐겁다. 이건 어떤 영화일까?
<드레스 메이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금 작성 중. 휴.. 하나 쓰기도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