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뒷담화

용서받지 못한 자 (The Unforgiven, 2005)

몽여사 2007. 12. 21. 10:09


드라마 | 2005.11.18 | 121분 | 한국 | 15세 관람가
감독 : 윤종빈
출연 : 하정우, 서장원 등.

어떻게, 영화학과 4학년 대학생의 졸업작품이, 2천만원 초저예산의 독립영화가, 돈 드립다 넣고 찍은 초호화 캐스팅 충무로 프로영화보다 더 나을 수가 있을 수가 있냔 말이다.

근래, 내가 본 한국영화들..(브라보 마이***, 권** 여사 어쩌구 등) 정말, 끝까지 봐 내기가 힘들 정도로 도식적이고, 유치찬란하고,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에, 말도 안 되는 연출을 깔고 있는 영화들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용서받지 못한 자"가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어느 영화학과 대학생의 졸업작품으로서 위에 열거했던 영화들보다 적어도 10배는 잘 만들어져서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히트를 쳤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지긋지긋하게 듣기 싫은 군대 얘기를 담은 군대 영화.
군대 다녀온 사람은 "저거 내 얘기네" 할 것이고, 안 다녀온 사람도, 충분히, 이미 사회에서 숱하게 경험한 군대식 문화 때문에 초공감하게 되는 영화.

마치 지금도 어느 부대에서 여전히 저렇게 후임을 갈구고 있을 법한 자연스러운 연기의 배우들,
제대한 이후의 그들의 모습도 또 역시나 내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렇고 그런 하릴 없는 젊은이다.

아주 커다란 사건 없이도 끊임없이 긴장하고 두려워하며 끝까지 이 영화를 보게 되는 이유는, 영화의 무대 자체가 모두가 두려워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던 그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장실, 복도, 내무반..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말도 안 되지"는 없다.
"어이구... 저러면 안 되지.. 꼭 저런 애들이 있단 말야. 어이구 저 바보쉐이, 저러다 큰일난다, 하하하.. 나도 저랬는데,." 뭐 이런 류의 말들을 쏟아내게 된다. - 물론 난 군대를 안 다녀온 여자지만.-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관심을 많이 받았다는 영화,
CAST 자막이 올라갈 때, "아앗!" 하고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놀라운 비밀(이라고 까지 말하고 싶다)이 숨어 있는 영화,
이 영화, 아주 강추다.
그리고 윤종빈이라는 이 79년생 감독, 아주 무서울 정도로 기대되는 신인 감독이다.

관련 기사들을 보다가 찾아낸 Film 2.0에 실린 감독과 배우들을 인터뷰한 기사가 아주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