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密陽) - 이창동 감독
Secret Sunshine
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142분
2007.05.23개봉
어제 낮, 언니랑 같이 씨네큐브에서 봤다.
영화가 끝나자 난 왠지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종교에 관한 얘기인가? 인생은 괴로운것?
혼자서 마구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요즘 글을 쓰고 있는 언니는 간단하게,
저건 그냥 "밀양" 이라는 소도시의 얘기다 라고 간단하게 함축해 버린다.
감독은 영화에서 내내 "밀양"을 얘기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주인공은 오히려 전도연이 맡은 신애라는 여자보다, 굉장히 가볍고 명성에 비해선 작은 역인 송강호가 맡은 종찬이라는 캐릭터라는 거다.
종찬은 바로 "밀양" 이라는 거지.
흠..
아래 감독의 말을 읽어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이 영화는 신애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신애와 종찬의 이야기다. 두 인물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상황인 거지.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지만,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거다.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로 보이지 않지만 영화 속에는 엄연히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신애의 고통, 신애가 갈구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거기서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고. 그런데 그 신애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정말 우리 눈에 늘 보이는 현실이고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다. 그리고 그게 밀양이라는 공간으로 축약이 돼 있다. 그리고 그 밀양이라는 공간이 인격화된 게 종찬이고. 신애가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하고 있다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처럼 인격체로서 종찬은 항상 두어 걸음 뒤에 따라오고 있다. 신애는 앞으로 보고 있다가 뒤만 돌아보면 그가 있다. 손만 잡으면 돼. 그런데 손을 안 잡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뭔가를 찾으려 하고 싸우려 하니까. 그러니까 종찬은 전면으로 나서면 안 된다. 배경으로서 늘 약간 포커스 아웃된 상태로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내적으로는 균형을 이뤄야 하니까. 그게 송강호 본인에게도 어려웠을 거야. 두드러져 나오면 안 되니까.
-허문영, 이창동 감독의 신작 [밀양]을 보고, 만나고, 쓰다 中에서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46373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46374
밀양이라는 도시 자체가 이 영화의 배경이자 주제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얘길 하자면,
여기서 신애가 겪는 고통을 그녀가 귀의한 종교인 기독교에서는 왜냐고 절대 말해 주지 못한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하지만, 왜 하느님이 하필이면 그녀에게 그 일을 행하셨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언니는 "장자"를 읽으란다.
하늘은 선한 놈의 밭이나 악한 놈의 밭이나 골고루 햇볕을 내린다고.
영화는 어쩌면 굉장히 지루하고 괴롭다.
만약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다면 집에선 DVD로 절대 봐 내지 못했을 것이다.
보는 내내 저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전도연이 연기가 극찬을 받고 있다지만(오히려 영화에 대해선 비평이 많고)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전도연은 그냥 전도연이다. 콧소리라든지 말투라든지 굉장히 거슬리는 그 전도연이라는 배우 그대로다.
그리고 그녀가 영활 찍으면서 감정이 안 살아서 굉장히 고생했겠다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나, 생각 해 보면, 그만큼 해 낼 배우도 없거니와, 또 그만큼 어울리는 배우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송강호는 역시 송강호였고,
자기를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친근한 배경 역할을 굉장히 잘 해 내고 있다.
영화에는 이 둘 외에는 이렇다할 만한 배우의 얼굴은 없다.
모두 생소한 일반인들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밀양은 더 밀양답다.
그들이 진짜 밀양에 살고 있을 법한 느낌.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는 차라리 여우주연상 보다는 감독상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다.
칸에서 저 난리가 없었다면, 일반인들은 쉽게 보고 싶어하진 않았을 영화이다.
아 이제 "우아한 세계"를 봐야겠다.
이걸 영화관에서 놓치다니.. 넘 게으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