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치오빠

관셈보살, 관셈보살

몽여사 2008. 3. 20. 20:21
그저껜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친구들이랑 동네 놀이터에서 놀던 몽치.
처음에는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탄다던지, 철봉을 한다던지 하며 시끄럽게 놀더니, 그런 놀이가 다 시들한지, 셋이서 모여서 킬킬 거리며 뭔가를 땅바닥에 묻고 서로 찾아보기 놀이를 한다.
그러더니 미끄럼틀 밑에 옹기종기 모여서, "관셈보살 관셈보살" 이라고 쫑알거리며 즈네들끼리 좋아 죽는다.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몽치 외할머니가-아주 열성적인 불교신자심-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시기 때문에 몽치도 그걸 배웠나 하고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엄마에게 그렇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나도 무의식 중에 파리나 모기를 죽이거나 식물을 죽이거나 그럴 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극락왕생하여라~" 라고 중얼거리는데, 옆에서 몽치가 그걸 듣고 가끔 따라하는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문득, 놀이터에서 관셈보살 관셈보살 하며 놀던 게 생각나서 너네 그 놀이가 뭐였냐고 지금 물어보니 몽치가 하는 말이,
"응~ 떨어진 식물이나 곤충의 날개 같은 것을 줏어다가 땅에 묻어주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거라~ 하면서 관셈보살 관셈보살 해 준거야" 라고 한다.
흠... 자식이 그 의미를 정말 충분히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종교를 떠나서, 그 마음씨가 참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