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여사의 수다

거미줄에 묶인 줄도 모르고~

몽여사 2008. 4. 16. 09:11
어제 C양이 아침에 19분인가에 나와서리, 몽치랑 기다리다가 딱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불러서 결국 같이 보냈었다.(학교 처음 갈 때는 20분에 출발했으니, 그것도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워낙 애들의 걸음이 늦다 보니, 꼬물꼬물 걸어가길래, 뒤에서 빨리 가라고 재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몽치말에 의하면 자기 반에서 꼴찌했단다.
꼴찌해도 상관없으니 40분까지만 가면 된다고 말해도, 자기가 몇분에 도착했는지는 모르겠단다. 시계 채워도 말짱 도루묵이군하.......

그래서 오늘 아침엔 15분까지만 기둘리고 아니면 그냥 가자고 했더니, 자긴 일찍 가서 책 읽고 공부하겠단다.
반에서 1, 2등으로 가고 싶단다.
여튼 알았다고, 15분에 출발하자고 하니깐, 자기 C양이랑 같이 가기 싫고 무조건 먼저 가겠단다.
그래서 "알았어, 가라 가" 했는데, 그때 또 C양이 짠~ 하고 나온다. 그때가 15분(오늘은 시간은 맞췄네..)

몽치가 삐진듯이 먼저 걸어가고, 그 뒤를 C양이 따라가니깐 C양의 엄마가 영문을 모르고 왜 그러냐는 얼굴이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말하며, 기다리기 싫어한다고 했더니,
그 엄마 왈,
"그럼 10분에 보낼까요? 10분에, 아니아니, 8시에 보낼까?" 이러신다.
--;;
이 아줌마 핵심을 모르시는군...
아무리 시간을 정해도 자기네가 시간을 안 지키고 들쑥날쑥 나오니 자꾸 늦게 된다는 얘기고, 그래서 몽치가 같이 가기 싫어한다는 얘긴데, 무조건 10분, 아니 8시에 만나자고 말만 하면 다냐고~~.

"같이 가기 싫다니깐~~!!" 이라고 몽치 대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우리 모자는 이미 그 모녀의 거미줄에 단단히 얽혀 버린 것을...
저번에 처음에도 같이 안 보내겠다고 전화한 건데, 그 담날 새벽댓바람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녀다.
L양의 엄마는 절대 같이 보내지 말라고 자기가 더 난리다. 그 엄마 말귀 못 알아듣는다고. ㅎㅎㅎㅎ

내 너무도 황망하여 피시시 웃으며, "그렇게 일찍 나오실 필요없구요. 그냥 15분까지나 지켜주세요.
아님 그냥 보낼거예요." 라고 힘없이 말하고 들어와 버렸다.
그랬더니 또 자기가 더 언니처럼, 이해한다는 얼굴로, "알았어요!" 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씩씩한 건 또 알아주셔야 한다니깐.

요즘 들어 이렇게 말귀 못 알아 듣는 사람은 아주 간만이다.(수백씨보다 더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저기 멀리 가고 있는 애들을 바라보니, 또 즈네들끼리는 종알거리며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이동네를 떠나기 전에는 절대 못 벗어날 거미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