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치오빠

공부, 시켜야 하는 걸까?

몽여사 2008. 7. 1. 23:25
2008년 7월 1일 화요일

오늘 몽치 알림장에 내일 수학 8단원 평가 있으니깐 공부하고 오란다.
뭐 어찌 공부해야 하는거냐? 난 교과서도 없는데..(교과서 다 학교에 있음)
L양 엄마에게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그 반은 교과서 한 벌 더 선생님이 주셨단다.
몽치 담임선생님도 자기가 여벌이 있으니 혹 필요한 부모님들은 드리겠다고 학기 초에 말씀하셨지만, 난 공부 따로 안 시킬거기 땜시 그런거 필요없다고 만구 생각하고 있었다. 유유자적.

그런데 가끔 몽치가 숙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를 안 가져오거나 그래서 당황할 때가 많았는데, 다른 엄마들은 다 저렇게 여벌로 받아두는구나... -_-; 왠지 바보같군.

여하튼 시험 공부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얼마전에 학교에서 가입하라고 했던 꿀맛닷컴 이라는 서울시교육청 사이버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교과서 공부하기가 나온다.
그래서 대충 8단원 복습을 시켰다.

꾸러기나 쥬니버와 연결된 다른 초등학습 사이트를 찾아보니, 교과서 공부까진 공짜이지만, 응용문제나 심화학습은 다 돈을 내는 유료회원으로 가입을 하란다. 흠.. 내가 또 그렇게는 못하지...

여하튼, 몽치가 지금까지 받아쓰기는 이번주에 처음으로 90점 맞아오고(이건 부모의 실수였음. 애가 숙제할 때부터 계속 틀리게 썼던 글자 하나를 시험 치면서도 틀렸더라. 박서방보고 숙제 좀 봐 주라 부탁한 날 딱 그랬네.. 역시.. 박서방한테 맡기면 안 됨.), 줄곧 100점을 맞아왔기 때문에 걱정도 안 하고 있었고, 수학은 한 두어번 100점 맞아오고, 85점, 70점, 80점 등을 맞아오긴 했지만 주위의 측근들(이모나 외할배)이 절대로 저학년때는 따로 공부를 시키지 말라는 신신당부와 으름장이 있었기 때문에 지조 있게 절대 공부를 안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또 L양 엄마가 전화 와서는 자기네 반도 내일 8단원 시험 본다더라 어쩐다더라 하면서리 공부시켰나 묻는다.
교과서도 없어서 별로 못 시켰다 했더니, 역시나 놀라며, 교과서 자긴 한 벌씩 다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엄마는 예전부터 해법수학이라는 책을 사서 딸에게 열심히 풀리고 있었던 터라, 나에게 그 문제집 안 사냐고 늘 물어왔었다.

여하튼 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몽치에게 복습을 시켜보고 응용문제 단 하나를 풀게 했더니.. 이게 당최 못하는 거다.
교과서에 나온 거는 겨우 반쯤 알아듣고 응용문제는 문제 자체를 이해를 못하네.
이거 살짝 흔들리면서 나도 해법수학류의 문제집을 사서 풀게 하고, 각종 유료 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달달달 공부를 시켜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구몬이나 빨간펜이나 뭐 이런 것들을 남들처럼 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하며 침대에 드러눠서 막막 고민했다.

절대 저학년때 공부시키지 말지어다 라고 박서방까지 나를 들들 볶는데...
주변 엄마들은 모두 공부를 시키고 있고,
우리 아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주변의 온갖 학습지들은 날 유혹하고..
심히.. 갈등스럽다 흣.흣.흣.....

내가 과연 이 바닥에서 언제까지 지조있는 척, 우아한 척, 그따위 공부 안시켜 뭐 이런 안티류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나 자신이 심히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인 것이다.

이거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