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치오빠

전염병에 걸리다

몽여사 2008. 10. 17. 22:21
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아직 지난 일기들 잔뜩 밀렸는데, 오늘 일기부터 쓰자니 또 일기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겄네요 -_- )
따끈따끈한 오늘 소식인데.. 그것이 몽치군의 발병 소식이라 살짝 안타깝네요.
주초 쯤에 살짝 열도 나고 목이 아프다고 하고 으슬으슬 춥다길래, 감기가 왔나 싶어서, 한의원에서 처방해줬던 감기약에 꿀을 타서 먹이고 재웠더니 아침에는 한결 낫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죠.
근데 그 담날 몸에 좁쌀 같은 것이 오도도도 나기 시작해서 감기 후에 열꽃이 피었나 하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가끔 이런 일이 있었고 애가 별로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별 걱정을 안 했더랬죠.
그런데 수요일 오후쯤 미술학원에 다녀온 애가 얼굴도 벌겋게 변하고 온 몸에 열꽃 같은 발진이 오소소소소 돋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좁쌀을 뿌려 놓은 거 같더군요.
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도 열꽃 같다 그러고 저도 그러려니 생각하며 별 의심을 안 했는데 애가 가렵다고 마구 긁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밤이 늦어 병원에 가기도 그렇고, 내일은 또 기다리고 기다리던 현장학습이 있어서 학교에 안 보낼 수도 없고 해서, 집 앞 약국에 가서 일단 임시처방으로 가려움을 완화하는 생약성분의 약을 하나 사 먹었습니다.
캡슐로 된 것이었는데, 목구멍에 안 넘어간다고 아우성을 쳐서는 그걸 반으로 잘라서 캡슐 안의 것을 물에 타서 겨우겨우 먹였죠.
아침에는 좀 진정이 된 듯 하야, 현장학습을 보냈습니다.
현장학습 가는 애를 바래다 주러 학교까지 가는 길에, 같이 영어과외를 하는 L양 엄마를 만나, 증상을 얘기했더랬죠.
그런데, 오후에 애들이 돌아온 뒤에, 걱정이 되어서 몽치를 병원에 데려가고 있는 와중에, 그 L양 엄마의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 딸도 목욕시키려고 옷을 벗겨 보니, 등에 좁쌀 같은 것이 돋아나고 있다는 겁니다.
덜컥 겁이 나서리 병원 가서 증상을 말한 다음, 전염성 있는 병이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선생님께선 열도 안 나고 애가 아파하지 않으니, 원인은 확실히 알 수 없고, 일단 가려움과 발진에 대한 약을 줄테니 먹어보고 차후 다시 보자고 하십니다.
전염성은 아니라고 하시니 안심하며 L양 엄마에게 전화를 했죠.
통화를 한 L양 엄마가 그럼 자기도 병원에 가보겠노라고 한 다음 좀 뒤에 전화가 왔는데,
"성홍열이라는 전염병이고 온몸에 좁쌀처럼 발진이 생기고 좀 지나면 딸기혀가 되는 병, 그리고 합병증이 심할 수 있으므로 꼭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라는 소식을 전해 줍니다.

당최...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간 병원에선 전염성은 아니라 하고, 또 L양이 간 병원에서 성홍열이라는 법정 전염병이라고 하고...
걱정이 되어서 아까 낮에 갔던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어서 상담하였더니, 일단 열이 없고 자기가 보기에는 성홍열이 아니게 보인다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흠...
이미 며칠 지나서 선생님도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없었던거죠.
인터넷을 수없이 검색해 보니, 몽치와 같이 성홍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병원 저 병원 판정결과가 다르다는 그런 글들이 주루룩

오늘 아침에도 두 아이를 두고 학교에 보낼까 어쩔까 우왕좌왕하던 두 엄마는..
L양은 이미 전염병 판정을 받았으므로 학교에 보낼 수 없다 판단하여 그 엄마가 학교에 대신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아직까진 그냥 피부발진으로만 판정을 받은 몽치는 그냥 학교에 등교를 하였습니다.
좀 있다가 다시 L양 엄마 전화가 왔더군요.
(걔는 3반이고 몽치는 1반)
3반 담임선생님께서 듣자마자 그 병은 전염병이며 학교에 안 와도 결석처리 하지 않는다고 푹 쉬라고 하셨다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덜컥 다시 겁이 나는 것입니다. 다른 애한테 몽치가 옮겨서 또 학교에 성홍열이 등천을 하게 될까봐, 일하는 엄마들이 애가 전염병에 걸리면 얼마나 힘이 든지 너무도 잘 아는 제가 애를 나몰라라 하면서 학교에 둘 수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재빨리 학교에 뛰어갔지요.
9시쯤 도착해서 교실에 당도하니 애들은 조용히 자습을 하고 있더군요.
선생님께
"몽치가 온몸에 발진이 돋아서 병원에 갔더니 그냥 뭐 잘못 먹었을 수도 있다 하여 약을 처방받아왔는데, 며칠전부터 같이 놀던 친구가 어제 같은 증세를 보였고, 또 걔는 성홍열이라는 전염병 판정을 받아서 3반 선생님이 학교 오지 말라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몽치도 그 전염병일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 애들한테 옮길까봐 지금 급하게 왔다. 병원에 데려가서 확실한 걸 알아보겠다" 라는 말씀을 선생님께 드렸더니, 선생님은 별일 아니어야 할텐데.. 하시며 몽치보고 얼른 가방을 싸라고 하셨습니다.
주변 아이들이 "어디 아파요?" 하면서 웅성거리는 와중에 몽치는 조용히 가방을 싸서 엄마를 따라나왔죠.
선생님은 이렇게 전염병일 경우엔 결석도, 병가도 아니니 걱정말고 푹 쉬라고 하시는군요.
금,토요일 쉬고 담주 월욜부터 등교시키겠다 했더니 그러라 하시고.

땀을 뻘뻘 흘리며 또 학교에서 15분은 떨어진 병원에(L양이 진단을 받은 병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 보시자마자 대번에 성홍열이 맞다고 하십니다. 나이 지긋하신 경험이 많으신 분이었습니다.
혀를 보니 이미 벗겨졌다 그러시더군요.
그나마 매우 약하게 왔고, 열도 안 나는 걸 보니 이미 많이 지나간 듯 하다고 하시면서도, 이 병은 합병증이 매우 위험하니 꼭 10일 정도 항생체 처방을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성홍열 자료를 사진으로 보여주시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더군요.
그제서야.. 오히려 안심이 되더군요.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되는 것이 치료의 맨 첫걸음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안심하며 3일치 약을 처방받아서 택시 타고 집에 왔습니다.
온몸이 노곤노곤.. 3일째 가을맞이 집정리하랴.. 몽치 현장학습 김밥 싸랴, 병원 데리고 다니랴.. 제 몸이 녹아나는 듯 하더군요.
집에 와서 몽치랑 저랑 한참을 뻗어서 잤습니다.
오후에도 저는 애들을 내버려 두고 잠의 홍수속에 빠져 있었죠.
그동안 학교에 안 간 시간을 몽치는 혼자서 조용조용히 그림도 그리고 컴퓨터도 하며 지내고 있네요.
좋아하는 생명과학을 빼어먹게 되어 아쉽다고 하면서 말이죠.
친구들이 지금은 뭘 할 시간이지? 라고 물으며 학교 소식을 궁금해 하기도 하네요.

그동안 아프지 않고 잘 버텼는데.. 그나마 전염병도 저렇게 힘들지 않게 오게 되어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원래 오늘 한의원에 가려고 예약해 뒀는데, 그것도 다른 애들한테 전염될까봐 취소하고 집에서만 뒹굴었습니다.
건강한 표독이가 오빠한테 옮지 말아야 할텐데...

10시가 넘은 지금, 내일 학교 안 간다고 저렇게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습작활동을 하고 있는 몽치입니다.



* 참고로, 성홍열은 <작은아씨들>의 셋째 베스가 걸려서 죽었던.. 그 무서운! @,@ 병이랍니다.
요즘은 항생체 처방이 매우 좋아져서 거의 그런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다만, 이후의 합병증이 매우 심할 수 있는 병이라 꼭 항생제 처방을 10일 정도 받아야 한답니다.
그리고 법정 전염병이므로 초기 며칠 동안 전염이 될 수도 있답니다.
주로 3세부터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구요.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계절 안 따지고 유행하는 전염병이랍니다.
모두들 조심하세요~~~ (저도 목이 아픕니다. 어른은 걸려도 괜찮겠죠? 흠흠.. )

성홍열에 대한 자세한 정보 보기 http://www.healthkorea.net/HealthInfo/?kspid=HI000299&diseas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