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가족의 근황
인생 레슨
몽여사
2009. 1. 18. 10:00
2009년 1월 16일 금요일
새해 벽두부터 우리 가족에겐 실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몸도 으실으실 추워서 이번주에는 온천 한 번 가자고 박서방을 꼬셨더니, 심심하게 온천만 가지 말고 화천에서 하는 얼음낚시 축제에 가자고 자기 혼자 결정하여 사전 예약을 하고 난리났다.
난 단지 온천이 필요했을 뿐이고,... 박서방은 내 말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했을 뿐이고.. ㅠ.ㅠ..
거기다 이 아들놈이 아빠 말이 떨어지자 말자 "얼음낚시! 내 평생 소원이였어!!!" 라며 한 술 더 떠 장단을 맞춰주니.. 내가 뭐라고 하겠냐고.
여하튼 그래서 방수되는 몽치 옷 한 벌 장만하고, 집에 있는 담요랑 모자랑 장갑 등등을 죄다 챙겨서 양말 두벌씩 껴 신고 금요일 아침 일찍 강원도 화천으로 출발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왔을 때야 밤새 눈이 내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미리 일기예보를 듣긴 했지만 서울과 영서지방에만 1센티미터 정도 올 거라 했지 이렇게 내내 함박눈이 내려때릴진 몰랐지.
여튼 경치 조옿타!! 하면서 강원도로 향했음.
첨엔 네비게이션을 믿지 않고 우리가 알아온 길로 진행하다가 강원도에 이를 때가 다 되자 박서방님이 갑자기 내비게이숀을 신뢰하더니, 걔가 가라는 데로 가다 보니 웬 산골이 나오는 것이었다.
산골로 가니깐 더 눈이 거세게 내리고 체인이 없으면 넘어가지 못할 만한 고개에 다다르게 되었다.
주루룩 길을 이어 가던 차들이 슬금슬금 다시 유턴을 하길래 우리도 더 이상 가다간 고립되겠다 싶어서 다시 마을로 되내려와 체인 있는 카센터를 찾아 헤매어 20여분만에 한 곳을 발견해 비싼 돈 주고 스노우체인까지 끼고서 다시 그 고갯마루로 향했다.
그나마 중간 길은 염화칼슘을 잽싸게 뿌려서 길이 많이 녹아 있어서 스무스하게 진행하였으나, 역시나 그 고갯마루에 당도하니 눈이 더욱 많이 내려서 잔뜩 쌓여 있고 도저히 체인 없이는 넘어갈 수 없는 지경이어서 우리는 늦게나마 체인을 하고 온 것이 다행이라며 더욱 쾌재를 부르며 산길을 넘어섰다.
산길 내내 2단으로 기어를 넣고 조심조심하며 운전을 했는데, 거의 다 산길을 내려와서 뒷자리에 있던 내가 이제 내리막 끝났으니 D로 변속해도 되겠다고 박서방에게 말을 했고 평소에 내 말 듣지도 않던 박서방은 오늘따라 고분고분 내 말 잘 들으며 D로 변속을 하고 얼마가지 않아.. 우리에겐 운명의 시간이 닥친 것이다.
산길은 끝났다고 방심했던 우리 앞에, 아직도 위험한 내리막길이 남아 있었던 거지.
그 내리막길은 쌓인 눈이 하나도 녹지 않아 아주 잘 다져져서 반질반질한 빙판길이었고,
우린 거기서 체인까지 달아 놓은 차 답지 않게 빙그르르~ 김연아가 스케이트장에서 회전하듯이 우아하게 180도를 돌아줬을 뿐이고, 잠시 후 우리는 가드레일에 운전석 앞 옆구리를 왕창 박아서 가드레일 끄트머리에 차가 끼었을 뿐이고,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앞유리는 스파이더맨 달린 거미줄처럼 와자자자자자작 깨졌을 뿐이고.....
사고는 정말 순간이었다.
놀란 아이들이 왕왕왕 울고,
아무도 없는 산골 빙판길에서 까무작 놀란 박서방과 나는 차보다는 애들 안위를 걱정하여 다들 다친 데 없느냐고 몇 번씩이나 묻고...
결론적으로 차는 앞유리와 옆탱이가 아주 멋지게 망가졌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다친 데 없이 멀쩡하였다는 것이다.
그놈의 안전벨트가 우리 목숨을 살린 거지.
다만.... 박씨 일가 세사람은 정말 아무데도 삔 데 하나 없이 멀쩡하고, 뒷자리에 있던 나만 혼자서 약간의 목과 허리에 충격이 있어 어제 하루 한의원 가서 침맞고 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우리가 그 지경에 다달아서 보험사에다 전화 걸고 어쩌고 하는 와중에 그 동네 카센터 아저씨들이 바로 우리 뒤 고개마루에서 오다가 전복사고난 차량의 신고를 받고 달려오다가 먼저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를 구해줬음.
결국 보험사는 위치를 찾지 못하고 늦장 부리고 있다가 나중에사 전화로 우리한테 마구 용서를 구했음. 어느 보험사? 교보자동차 보험! 교보!!! 으드드드드득!
우리 차량을 가드레일에서 뺀다 어쩐다 하고 있을 때 심지어 부르지 않은 경찰 아저씨들까지 달려왔는데, 그 아저씨들한테 들은 바로는 저 위에 고갯마루에서 쏘렌토가 완전히 뒤집어지는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네도 그 신고받고 달려왔고, 그 이후에 119 구급대, 병원 삐뽀차, 견인차 등등이 달려가고 난리났더라.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상하게도 화천 산천어축제 가는 차량에게 모든 내비게이션이 그 도로를 알려주어 요즘 그 도로가 사고의 온상이 되었다는 얘기였는데, 우리가 차를 빼고 있는 그 와중에도 바로 우리 맞은편에서 어떤 차가 고개를 내려오다가 그대로 고랑에 바퀴를 쳐 박는 웃긴 상황도 우리 눈으로 목격을 했다.
그니깐 우리가 실제로 듣고 본 차만도 3대가 그 비슷한 곳에서 연속적으로 사고가 난 것이었지.
근데 그 도로는 주도로가 아니라서 염화칼슘도 안 뿌린다는 것이었다.
카센터 아저씨들 그 도로에서 지키고만 있어도 대목 만난 것이지.
진짜 이거 왠지 구린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인가...
여하튼 우리의 차는 견적 250에 다다르는 크나큰 부상을 입었지만 사람은 하나도 안 다쳤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했고 정말 조상이 돌봤다고나 해야 할까... 카센터 아저씨도 여러번 차 안을 들여다 보며 애들 안 다쳤냐 물어봤을 정도이니.
그러고도 긴 시간을 거쳐 렌트카를 불러서 결국 얼음낚시 하러 갔다는 전설이 ... 흑흑...
박서방님의 불굴의 의지에 나는 또 한 번 질려서 내가 부상을 당했다는데도(약간의 오버 설정이었지만서두 진짜 그 순간엔 허리와 뒷목이 뻣뻣했음) 그 놈의 낚시가 하고 싶냐고 고함을 질러댔고, 그것에도 굴하지 않는 박씨 일가는 여전히 흥분하여 얼음낚시를 즐겨댔음. 결국 한마리도 못 낚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 그 옆에서 여러마리를 낚은 아저씨가 산천어 두마리를 적선해 주셨음.
얼음낚시 얘기는 나중에 다시 사진 정리하면서 올릴 예정이고,
연초부터 큰 액땜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다시는 눈비가 왕창 내릴 때는 외출을 삼가할 것이며, 산길을 갈 때는 절대 엔진브레이크를 잘 조절하며 다닐 것이고,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하면서...
오늘 어느 포탈에 뜬 빙판길 운전 잘 하기편을 열심히 읽고 있는 중.
미끄러지는 순간에는 절대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는데, 그게 되나!
너네도 한 번 미끄러져봐라. 1,2초 상간에 모든 일이 결판 나는데 그 때 그 정신이 생기나.
크나큰 인생 레슨 한 번 제대로 받은 느낌이다.
※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저의 친지 여러분들은 양가의 부모님들께는 비밀이옵니다. 걱정하실까봐 아무일 없었다고 말씀드렸거든요. ㅎㅎㅎ 실제로 재산상의 손실 외에는 우리들에겐 아무일도 없사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놈의 재산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 맘 편히 생각키로 ㅠ.ㅠ........................................................
팁 : 빙판길 운전 잘하기
http://haco.tistory.com/5271
한 번씩 읽어들 두시면 유용하겠네요.
운전 잘 한다고 방심한 그 순간, 사고는 바로 당신 곁에 있습니다.
박서방이나 저나 10년 넘는 경력이라고 해 봤자, 이런 사태에 직면한 적은 한 번두 없었거든요....
새해 벽두부터 우리 가족에겐 실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몸도 으실으실 추워서 이번주에는 온천 한 번 가자고 박서방을 꼬셨더니, 심심하게 온천만 가지 말고 화천에서 하는 얼음낚시 축제에 가자고 자기 혼자 결정하여 사전 예약을 하고 난리났다.
난 단지 온천이 필요했을 뿐이고,... 박서방은 내 말 무시하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했을 뿐이고.. ㅠ.ㅠ..
거기다 이 아들놈이 아빠 말이 떨어지자 말자 "얼음낚시! 내 평생 소원이였어!!!" 라며 한 술 더 떠 장단을 맞춰주니.. 내가 뭐라고 하겠냐고.
여하튼 그래서 방수되는 몽치 옷 한 벌 장만하고, 집에 있는 담요랑 모자랑 장갑 등등을 죄다 챙겨서 양말 두벌씩 껴 신고 금요일 아침 일찍 강원도 화천으로 출발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왔을 때야 밤새 눈이 내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미리 일기예보를 듣긴 했지만 서울과 영서지방에만 1센티미터 정도 올 거라 했지 이렇게 내내 함박눈이 내려때릴진 몰랐지.
여튼 경치 조옿타!! 하면서 강원도로 향했음.
첨엔 네비게이션을 믿지 않고 우리가 알아온 길로 진행하다가 강원도에 이를 때가 다 되자 박서방님이 갑자기 내비게이숀을 신뢰하더니, 걔가 가라는 데로 가다 보니 웬 산골이 나오는 것이었다.
산골로 가니깐 더 눈이 거세게 내리고 체인이 없으면 넘어가지 못할 만한 고개에 다다르게 되었다.
주루룩 길을 이어 가던 차들이 슬금슬금 다시 유턴을 하길래 우리도 더 이상 가다간 고립되겠다 싶어서 다시 마을로 되내려와 체인 있는 카센터를 찾아 헤매어 20여분만에 한 곳을 발견해 비싼 돈 주고 스노우체인까지 끼고서 다시 그 고갯마루로 향했다.
그나마 중간 길은 염화칼슘을 잽싸게 뿌려서 길이 많이 녹아 있어서 스무스하게 진행하였으나, 역시나 그 고갯마루에 당도하니 눈이 더욱 많이 내려서 잔뜩 쌓여 있고 도저히 체인 없이는 넘어갈 수 없는 지경이어서 우리는 늦게나마 체인을 하고 온 것이 다행이라며 더욱 쾌재를 부르며 산길을 넘어섰다.
산길 내내 2단으로 기어를 넣고 조심조심하며 운전을 했는데, 거의 다 산길을 내려와서 뒷자리에 있던 내가 이제 내리막 끝났으니 D로 변속해도 되겠다고 박서방에게 말을 했고 평소에 내 말 듣지도 않던 박서방은 오늘따라 고분고분 내 말 잘 들으며 D로 변속을 하고 얼마가지 않아.. 우리에겐 운명의 시간이 닥친 것이다.
산길은 끝났다고 방심했던 우리 앞에, 아직도 위험한 내리막길이 남아 있었던 거지.
그 내리막길은 쌓인 눈이 하나도 녹지 않아 아주 잘 다져져서 반질반질한 빙판길이었고,
우린 거기서 체인까지 달아 놓은 차 답지 않게 빙그르르~ 김연아가 스케이트장에서 회전하듯이 우아하게 180도를 돌아줬을 뿐이고, 잠시 후 우리는 가드레일에 운전석 앞 옆구리를 왕창 박아서 가드레일 끄트머리에 차가 끼었을 뿐이고,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앞유리는 스파이더맨 달린 거미줄처럼 와자자자자자작 깨졌을 뿐이고.....
사고는 정말 순간이었다.
놀란 아이들이 왕왕왕 울고,
아무도 없는 산골 빙판길에서 까무작 놀란 박서방과 나는 차보다는 애들 안위를 걱정하여 다들 다친 데 없느냐고 몇 번씩이나 묻고...
결론적으로 차는 앞유리와 옆탱이가 아주 멋지게 망가졌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다친 데 없이 멀쩡하였다는 것이다.
그놈의 안전벨트가 우리 목숨을 살린 거지.
다만.... 박씨 일가 세사람은 정말 아무데도 삔 데 하나 없이 멀쩡하고, 뒷자리에 있던 나만 혼자서 약간의 목과 허리에 충격이 있어 어제 하루 한의원 가서 침맞고 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우리가 그 지경에 다달아서 보험사에다 전화 걸고 어쩌고 하는 와중에 그 동네 카센터 아저씨들이 바로 우리 뒤 고개마루에서 오다가 전복사고난 차량의 신고를 받고 달려오다가 먼저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를 구해줬음.
결국 보험사는 위치를 찾지 못하고 늦장 부리고 있다가 나중에사 전화로 우리한테 마구 용서를 구했음. 어느 보험사? 교보자동차 보험! 교보!!! 으드드드드득!
우리 차량을 가드레일에서 뺀다 어쩐다 하고 있을 때 심지어 부르지 않은 경찰 아저씨들까지 달려왔는데, 그 아저씨들한테 들은 바로는 저 위에 고갯마루에서 쏘렌토가 완전히 뒤집어지는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네도 그 신고받고 달려왔고, 그 이후에 119 구급대, 병원 삐뽀차, 견인차 등등이 달려가고 난리났더라.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상하게도 화천 산천어축제 가는 차량에게 모든 내비게이션이 그 도로를 알려주어 요즘 그 도로가 사고의 온상이 되었다는 얘기였는데, 우리가 차를 빼고 있는 그 와중에도 바로 우리 맞은편에서 어떤 차가 고개를 내려오다가 그대로 고랑에 바퀴를 쳐 박는 웃긴 상황도 우리 눈으로 목격을 했다.
그니깐 우리가 실제로 듣고 본 차만도 3대가 그 비슷한 곳에서 연속적으로 사고가 난 것이었지.
근데 그 도로는 주도로가 아니라서 염화칼슘도 안 뿌린다는 것이었다.
카센터 아저씨들 그 도로에서 지키고만 있어도 대목 만난 것이지.
진짜 이거 왠지 구린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인가...
여하튼 우리의 차는 견적 250에 다다르는 크나큰 부상을 입었지만 사람은 하나도 안 다쳤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했고 정말 조상이 돌봤다고나 해야 할까... 카센터 아저씨도 여러번 차 안을 들여다 보며 애들 안 다쳤냐 물어봤을 정도이니.
그러고도 긴 시간을 거쳐 렌트카를 불러서 결국 얼음낚시 하러 갔다는 전설이 ... 흑흑...
박서방님의 불굴의 의지에 나는 또 한 번 질려서 내가 부상을 당했다는데도(약간의 오버 설정이었지만서두 진짜 그 순간엔 허리와 뒷목이 뻣뻣했음) 그 놈의 낚시가 하고 싶냐고 고함을 질러댔고, 그것에도 굴하지 않는 박씨 일가는 여전히 흥분하여 얼음낚시를 즐겨댔음. 결국 한마리도 못 낚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 그 옆에서 여러마리를 낚은 아저씨가 산천어 두마리를 적선해 주셨음.
얼음낚시 얘기는 나중에 다시 사진 정리하면서 올릴 예정이고,
연초부터 큰 액땜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다시는 눈비가 왕창 내릴 때는 외출을 삼가할 것이며, 산길을 갈 때는 절대 엔진브레이크를 잘 조절하며 다닐 것이고,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하면서...
오늘 어느 포탈에 뜬 빙판길 운전 잘 하기편을 열심히 읽고 있는 중.
미끄러지는 순간에는 절대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는데, 그게 되나!
너네도 한 번 미끄러져봐라. 1,2초 상간에 모든 일이 결판 나는데 그 때 그 정신이 생기나.
크나큰 인생 레슨 한 번 제대로 받은 느낌이다.
※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저의 친지 여러분들은 양가의 부모님들께는 비밀이옵니다. 걱정하실까봐 아무일 없었다고 말씀드렸거든요. ㅎㅎㅎ 실제로 재산상의 손실 외에는 우리들에겐 아무일도 없사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놈의 재산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 맘 편히 생각키로 ㅠ.ㅠ........................................................
팁 : 빙판길 운전 잘하기
http://haco.tistory.com/5271
한 번씩 읽어들 두시면 유용하겠네요.
운전 잘 한다고 방심한 그 순간, 사고는 바로 당신 곁에 있습니다.
박서방이나 저나 10년 넘는 경력이라고 해 봤자, 이런 사태에 직면한 적은 한 번두 없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