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뒷담화

미야베 미유키 - 인생을 훔친여자, 마술은 속삭인다

몽여사 2009. 2. 11. 21:16
미야베 미유키, 요즘, 말 그대로 내가 열광하고 있는 작가다.
일찌기 '미미여사'라는 애칭을 몇 번 들어보긴 했지만, 그녀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는데, 우연히도 「인생을 훔친 여자(원제:화차)」라는 책을 읽고 나서 완전히 반하게 되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을 열심히 뒤졌더니 이 미미여사의 책은 어찌나 인기가 많던지... 도저히 대출이 안 된 책이 없을 정도였다.
그 중에 단 한 권 남아 있던 「마술은 속삭인다」를 방금 끝냈다.

미야베 미유키의 글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선 아름답고 가슴 아픈 文學 그자체이다.
읽고 있는 동안은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리얼한 얘기들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참으로 슬프고 무서운 우리 사회의 진실들이 아름다운 문장 속에 숨어 있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어디 판촉행사에 참여하거나,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거나, 홈쇼핑 채널에서 무작정 내 주소를 불러주며 물건을 주문하거나 모르는 사람과 잠시 대화를 하는 이 모든 일들, 그러니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아무 의심없이 행하는 그 모든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화살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올 것 같아 정말 두려워진다.
심지어 날 때부터 타고난 미모도(물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불운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무수히 많이 남아 있는 그녀의 책을 또 다 읽어볼 생각을 하니 아주 제대로 흥분되는 거다.

<인생을 훔친 여자>
책 뒷면에 이렇게 나와 있다.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타인이 되려 했으나 끝내 그럴 수 없었던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한마디로 애절하다. 빚더미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하고는 아무 상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인생을 훔친 여자>를 읽고 나면 분명히 그 사람들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서서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현대 일본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그 깊은 지옥의 심연에 전율할 것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내가 더 덧붙일 말은 없다.

<마술은 속삭인다>
어린 시절의 불행한 사건으로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긴 뒤 십여년 동안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마왕>을 뒷북치며 이제야 다 보고 나서 이 책을 연이어 읽았더니, 아주 그냥 드라마의 주인공인 오승하와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모루가 내 머리 속에서 시너지를 일으켜 버렸다. 인생을 훔친 여자보다는 극적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고 방만한 듯 느껴지지만 그래도 무척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