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뒷담화

F. 스콧 피츠제랄드 -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몽여사 2009. 2. 24. 16:42
민음사에서 나온 <피츠제랄드 단편선 2>-이것도 아마 영화붐 때문에 급조된 듯 하긴 하지만... 첫번째 단편선이 2005년에 나왔으나 단편선2라고 이름을 달아서 2009년에 또 한 권 더 냈음-에 실린 그의 단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읽어본 결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라는 영화는 이 단편과 무관하다 할 정도로 내용이 다르다. ^^;
설정만 비슷할 뿐.
영화를 볼 때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 노인으로 태어나지만, 그 몸매는 아기였다.
그리고 다시 아기로 돌아가서 죽음을 맞이할 때도 역시나 외모나 몸매가 아기였지.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벤자민 버튼이 노인으로 태어났다면 그의 키나 몸의 크기, 생각의 능력도 모두 노인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영화 속의 벤자민은 겉모습만(아니 솔직히 피부나 눈의 상태, 머리카락 등만) 노인이었지, 생각은 아이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오히려 외모가 젊어졌을 때는 노인들이나 걸리는 치매 증상에 걸리고.

어찌 생각해 보면 영화적인 구성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아이러니한 모습이 필요했을 거라는 짐작이 되긴 한다.

하지만, 소설 속의 벤자민은 태어날 때부터 177cm의 큰 키의 노인으로 태어났고(등이 굽긴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생각도 노인이다. 태어나자마자 노인처럼 얘기하고, 걷고, 실제 자신의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고, 담배도 피운다.
그리고는 점점 젊어질 수록 키도 크고, 생각도 아이처럼 변한다. - 사실 이게 맞지-

여하튼 원작인 소설과 영화는 무관하다 할 정도로 다르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지도 않고,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이 있지도 않았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떠나지도 않는.

근데 이전 포스트 댓글에서 냐옹이 언급했던 <막스 티볼리의 고백(앤드류 숀 그리어 지음)> 이라는 책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니, 영화의 내용은 오히려 이 책에 더 가까운 듯 하다.
아마도 제목 자체는 피츠제랄드의 것에서 가져왔다 하더라도 데이빗 핀처 감독의 머리 속을 크게 지배한 내용은 바로 이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 아닐까 싶다. - 그래서 이 책도 읽어 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벤자민...>이 영화화 된다 해서 그 내용을 접했을 때, 이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영화화한 게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라니. 감독도 분명 이 책에서 여러가지를 차용해 왔음이 분명한 듯 하다.

영화 속의 '데이지' 라는 인물은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도 그리 지었다고 하니, 감독은 피츠제랄드의 다른 작품과 또 다른 여러 문학작품들을 살짝 버무려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새로운 영화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었고.

역시, 영화를 제대로 만들려면 정말 상상력도 풍부해야겠지만, 이것 저것 책도 많이 읽어야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