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몽치닷컴

할머니와 함께

몽여사 2004. 1. 16. 09:22
2004년 1월 16일 금요일

며칠간 몽치가 아팠다. 저번주 토요일, 엄마가 시큰거리는 발목에 침을 맞고 돌아오니, 거실에 몽치가 앉아 있는데 힘이 없어보였다. 이마를 만져보니, 뜨끈뜨근 하다. 열을 재보니, 39도! 병원은 이미 닫았을 시간이라, 해열제를 먹이고 안정을 시키며 재웠더니 계속 힘이 없는지 잠에 떨어져 있다. 그리고 저녁엔 이모야가 사다준 꿈틀이를 먹고 토하기까지..
일요일엔 열이 많이 내리고, 살만한지, 즐겁게 놀았다.
월요일 아침에 모든 게 정상같이 보여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시라 부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식도 잘 먹고, 열도 없이 잘 놀았는데, 점심 먹다가 다 토해버렸다는 것이다. 엄마가 깜짝 놀라 아빠에게 연락하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몽치를 데리고 나와 병원에 갔다. 목이 좀 부어 있단다. 약을 지어서 집에 갔더니 마침 이모야가 집에 와 있어서, 몽치를 이모에게 맡기고 다시 엄마 아빠는 회사로 갔다.
저녁에 집에 가니, 생기 있게 잘 놀았단다. 그런데, 저녁이 되니 설사를 하는 것이었다. 약먹고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 그 담날 다시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점심때 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오셨다. 아주 심한 설사를 했다는 것이다. 장염이 아닐까 걱정된다 하신다. 내일 병원에 가시면, 장염증세가 아닐까냐고 의사선생님께 잘 여쭤보라고 하신다. 곧장 병원에다 전화해서 설사를 한다니깐 그럼 약을 바꿔야 하니 꼭 병원에 오란다.
엄마가 회사에 있으니 이런 걱정 저런 걱정으로 일이 안 되었다. 얼굴에 철판 깔고 조퇴를 하고, 몽치를 데리러 갔다. 기운이 없는지 축 늘어져서 자고 있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꼼짝 안 하고, 신경질적으로 군다. 자꾸 안아 달라하고 걷기도 귀찮은가보다.. 에구.... 불쌍해라...
병원에 가니, 장염 증세도 왔단다. 약지으러 간 약국에선, 오늘만 해도 토하고 설사하는 환자가 엄청 많았단다. 요즘 애들에게 열감기와 장염이 유행이란다.
아빠랑 의논해서 부천 친할머니를 오시라 하기로 결정했다. 할머니가 대번에 오셔서 도와주시겠다 하신다. 오후 5시 넘어서 할머니가 도착하셨다.
이게 그동안의 풀 스토리다. 지금까지 할머니가 집에서 몽치를 잘 돌봐주시고 계신다. 할머니께서 오냐오냐 다 받아주시니, 박몽치는 요즘 왕자병을 앓고 있다. 땡깡도 엄청 심해졌다. 아무도 못 건드린다. 그 성질. -_-; 고함 꽥꽥 지르고. 그래도 할머니랑 둘이 낮에 있을 때는 아주 잘 논단다. ㅋㅋㅋ

할머니 와 계시니까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행복하다. 회사에 나와 있는 동안 몽치 걱정이 전혀 안 되고, 저녁에 가면 따뜻한 집에 불이 켜져 있고, 저녁도 맛나게 해 놓고 기다려주시고... ㅠ.ㅠ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할머니는 집에 돌아가셔서 며느리 욕하실게다. 더럽게 해 놓고 산다고.
그래도.. 엄마는 그냥 뻔뻔 뻔대로 살기로 했다. 울시어머니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