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몽치닷컴
몽치 아빠, 제발...
몽여사
2004. 1. 19. 23:00
2004년 1월 19일 월요일
지난 한 주, 할머니가 와 계셔서 일찍 퇴근했던 것의 보상이라도 하듯이, 몽치 아빠는 월요일부터 진탕 마시고, 현관문 열쇠도 못 꽂을 정도로 취해 귀가했다.
도대체 집은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나같으면 저런 사람 택시 안 태워준다. 택시 기사들은 어쩌면 도인들인지도 몰라.
곤히 잠든 몽치를 댓바람에 깨우도록 현관벨을 엄청나게 누른다. 오늘은 절대로 참아야지... 다짐하며 문을 여니, 술냄새를 풍풍 풍기는 몽치 아배가 서 있다. 쿠당탕탕 집에 들어오더니, 제발 들어가지 말라는 몽치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자는 애 볼에다가 뽀뽀를 엄청나게 한다. 술냄새가 너무나 심하게 나서, 자던 몽치가 고통의 울음을 울며 깨어난다. 아무리 안방에 가서 자라고 빌며 애원해도, 끊임없이 몽치를 괴롭힌다. 애원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기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줄기차게 헤헤호호 거린다.
몽치 아배야. 당신은 술 마시니 기분이 좋으냐?
당신이 술마시고 늦는다는 소리만 들어도, 내 가슴이 벌렁거리며, 혈압이 오르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
단지, 술마시고 오는게 싫어서가 아니다. 술마시고 와서는 곤히 자는 몽치 깨우고, 괴롭히는 당신의 모습이 너무도 싫기 때문이란 말이오.
당신은 당신이 왜 공포의 대상인지 모르지?
꼭 때리고 고함 질러야 공포를 느끼는가? 술먹은 사람, 술먹고 비틀거리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술 안 먹은 사람에게는 고통과 공포의 대상이란 말이오. 술먹은 사람은 한마디로 폭력 그자체다.
아무리 화를 안 내려 다짐다짐해도, 그 모습을 보면, 왕짜증이 나버린다.
그래도 오늘은 끝까지 참았다. 아마도 내 간이 까맣게 탔을거야. 오늘은 엄마보다 몽치가 더 괴로운지, "아빠 저이가~~~ 아빠 냄새나~~ 아빠 미워~~ 아빠 저이가~~" 하며 울었다니깐..
잠들었던 애를 괴롭혀 깨우는 바람에, 엄마는 다시 몽치 잠재우느라 40분이라는 시간을 소비했다. 내 시간은 누가 돌려줄까나.
몽치 낳고 나서, 엄마는 한번두 술취해 들어와서 온가족을 괴롭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몽치 아빠는 여전히.. 그 버릇을 못 고치고, 혼자 즐거움에 겨워 끊임없이 몽치와 엄마를 괴롭히고 있다. 술 취했으니, 기억이 날 리가 있겠나.
담날 아침에는 혼자서 또 "누가 나 술먹였어~~" 하며 괴로와 하든지, 아니면 물 내놔라, 해장국도 안 끓여준다 하며 궁시렁 거리겠지.
똑같이 회사 다니고, 똑같이 돈 벌어 와도, 누구는 야근하며 늦게 들어와도 미안미안하며 들어오고, 누구는 술 진탕 먹고 실컷 놀다가 들어와도 저리도 당당하게 가족을 괴롭히고.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제멋대로 살아도 좋단 말인가.
엄마 어릴 때 몽치 외할아버지가 그리도 술을 많이 드셨지만, 한번도 자는 엄마와 엄마형제들을 깨우신 적이 없다. 물론 외할머니의 노력도 많으셨겠지만.. 어찌되었던 그 때문에, 엄마와 이모, 외삼촌은 술 드신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만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외할아버지를 좋은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해서는 외할머니 속도 까맣게 탔을 성 싶다.
그런데, 우리 몽치는 과연, 커서도 술 드신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할까? 벌써부터 술먹은 아빠를 저리도 싫어하며 괴로와하는데.. 몽치야.. 니가 불쌍코나. 몽치야, 니가 커서 이 일기를 읽고, 제발 너는 그런 남자로 성장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가정에 충실하고, 건전한 삶을 사는 어른이 되도록 하여라.
그 술먹은 와중에도, 컴퓨터 방으로 와서는 엄마가 작업하던 컴퓨터 전원을 통째로 꺼버리는 바람에, 엄마가 쓰던 글도 다 날려버렸따. 에휴.. 웬수가 따로 없군.
제발,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리슈. 공포의 남편아.
여기 쓴 얘기는 엄마가 느낀 공포와 울분의 반의 반도 안 쓴거다. 엄청나게 욕을 바리바리 쓰고 싶었지만, 교육상 참는다. -_-
엄마는 내생에는 꼭 여자로 다시 태어나, 절대로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면서, 이 땅에 술 취하여 헤롱거리는 모든 남자들을 응징해 주고 싶다. 부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