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가족의 근황
추모의 날
몽여사
2009. 6. 14. 00:20
2009년 5월 25일 월요일
혼자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조문을 가겠다는 박서방을 꼬셔서, 애들 이끌고 가까운 봉은사에 가서 노무현 전대통령 영정에 절을 올렸다.
내 생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가 그리도 조용하고 경건한 건 처음 경험했다.
덕수궁 앞에 가고 싶었으나 애들 데리고 도저히 갈 자신이 없어서,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발빠르게 조문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군데 만들어준 조계종이 이번에는 새삼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몽치는 며칠을 슬퍼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김수환 추기경님 돌아가셨을 때도 그리 슬펐어? 왜 그리 슬퍼해? 몇날며칠을?"
이라고 물어본다.
아니, 얘가.. 김수환 추기경은 왜 또 들먹거리시나...
그 때 몽치가 부산 외갓집에 혼자 내려가 있었을 땐데, 뉴스에 계속 김추기경 선종 소식이 나오니깐 매우 이상히 여기며, 저 사람이 누구냐, 어떤 사람이냐를 외할머니께 유심히 물어봤다는 걸 들었었다.
어린 나이에 유명한 사람의 "죽음" 이라는 것이 크게 머리에 박힌 사건이었었나보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슬퍼하는 걸 느껴서인지 몽치도 조신하게 절하고 돌아왔다.
제발 어떻게든 우리가 잘 해서 이 애들이 어른 될 때쯤이면 세상이 좀 달라져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