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여사의 수다

명절 증후군

몽여사 2003. 9. 9. 14:09

오마이 뉴스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랐다.


'명절 증후군' 날려버릴 묘방 없습니까?
[의견 구함] 추석, 여러분은 어떤 모습입니까
                                                                                                김영균 기자

"내가 어릴적엔 추석, 설날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결혼하고 나선 이제 지겨울만큼 명절이 없어졌음 좋겠다. 정말이지 시댁에 내려가는 자체가 너무 힘이 든다….
추석은 내 생일이다. 생일인데, 난 그곳에 가면 부엌에 들어가서 일만 한다. 동서들이라곤 자기들 맘대로 안내려오기 일쑤고…." (아줌마닷컴 ID 에델바이스)
"며느리가 다섯이라도 일하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고…, 나두 일 다해 놓은 시간에 가서 간이 어쩌네 저쩌네 하고 싶습니다. 애들 학교 가기 전에 남편이랑 같이도 못 갔습니다. 왜? 연휴 시작 전에 미리 가서 일해야 하니까. 애들 데리고 혼자 다니면서 눈물 무지 뿌렸습니다…. 청소하고 5형제(딸린 식구들 상당하죠) 먹을 반찬거리, 장난 아닙니다. 제사 음식 준비는 차라리 너무 쉽습니다. 어떤 땐 억울하기도 하고…." (아줌마닷컴 ID 넘 이르죠)

추석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긴 휴일이 될 듯 합니다.
9월 10일부터 15일 일요일까지 5일간 회사도, 가게도 잊고 모두들 편히 지내실테죠.
반갑게 맞아줄 부모님과 형제들의 얼굴에 벌써부터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그러나 한가위나 설날 등 명절이면 가장 먼저 머리 아프게 떠오르는 문제가 있습니다. 추석보너스도 아닙니다. 민족의 대이동에 따른 도로 정체 역시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그냥 단편적인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사회에는 '명절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병이 생겼습니다. 주부들이 명절만 다가오면 두통과 우울증, 짜증에 시달리는 병입니다.

물론 비단 주부들만은 아닙니다만, 관례상 시댁으로 가서 힘겨운 가사일을 하며 명절을 보내야 하는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가장 흔히 겪게 되는 병입니다.
여성 70% "명절증후군 혼자서 견딘다" 사이버주부대학(www.cyberjubu.com)이 지난 8월 19일부터 회원 2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한 회원들의 68.1%인 1589명이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석 때 가장 힘든 점은 '음식준비(47.1%)'로 인한 가사일 부담감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선물장만(16.6%), '시댁 식구와의 갈등(14.4%) 순이었죠.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명절증후군의 후유증을 혼자서 견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이버주부대학의 설문조사 결과, 무려 70%에 가까운 여성들이 명절증후군 해소를 "혼자서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다(16.3%)'거나 '가사를 분담한다(5.3%)'는 그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명절 이후 만성피로와 두통, 우울증, 불안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명절 여성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음식준비', 즉 가사일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웃어라 명절' 등 즐거운 명절보내기 운동을 펼치며 남성들의 가사일 분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여성 직장인들이 명절증후군 때문에 추석 때 집에 가는 일을 피하려고 노력하겠습니까?

지난해 <국민일보>는 추석 가시일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추석 당직근무를 자청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여 갈등', '여-여 갈등',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할까요?

<오마이뉴스>가 독자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여성들의 명절증후군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뭐니뭐니 해도 음식준비나 가사일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일부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 대신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이버주부대학 설문조사 결과(추석준비를 남편이 조금 협조해준다 45.8% / 협조해주지 않는다 39.6%)도 이 같은 긍정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여성들은 여전히 명절증후군에 시달립니다.
예전에는 '가사일을 전혀 돕지 않는다'거나 '여성들은 음식 준비, 남성들은 고스톱' 모습이 일상적인 불만의 전형이었다면, 최근에는 다른 갈등도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여성과 여성'의 갈등도 일부 게시판에는 언뜻언뜻 비춰지고 있습니다. 같은 며느리인데도, 누구는 일찍 와서 명절 준비를 하고, 누구는 늦게 도착해 일찍 가버린다는 심정 토로가 여기저기 게시판에 간혹 보입니다.

사실, 명절증후군은 '여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의 갈등으로 풀릴 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의 풍습상, 명절이면 대가족이 모이게 되고, 또 대가족이 모인 만큼 여러가지 일거리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장 핵심은 함께 노력해서 '명절의 즐거움'을 되찾는 일입니다.

사이버주부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상담을 맡고 있는 전문의 김현숙씨는 "식구들의 관심으로 명절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데 실질적 도움과 정신적 도움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실질적 도움으로는 남녀서열에 관계없는 공평한 역할분담과 노동 후 적절한 보상이 따라주면 좋고 정신적 도움으로는 주부의 노동과 희생에 대한 감사표현과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2003년 한가위, <오마이뉴스>는 독자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이번 명절을 즐겁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사 노동에 억눌린 여성 여러분들의 심정 토로도 좋고, 모범적인 가정의 사례도 좋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결실을 함꼐 나누어야할 추석, 인터넷을 통해 명절증후군 없이 '한가위를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있다면 속시원히 글을 올려 주십시오.

그런데 그 밑에 독자의견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올랐다


"각자의 집으로" 작년에도 여기에 추석이나 명절에 각자의 부모님 집으로 가는게 좋겠다는 글을 남겼는데 지금 생각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가족이라고 느껴지는 우리 엄마아빠네 집으로 부부가 각자 가는게 나을것같다. 아이들은 번갈라 가면되고 아니면 아이 의사에 따라.. 오랫만에 가지는 가족들의 만남이라는 자리가 영 탐탁치 않은 기분으로 채워지는 것보단 진짜 편하게 가족의 분위기를 맛보는게 낫다고 본다. 사실 결혼하면 예전의 친정집 분위기를 느낄 기회도 드물고 내 형제 자매들과의 대화 시간도 많지 않은데 이런 명절을 이용해서 나의 고향과 가족을 느끼는 계기로 만들어야하는게 훨씬 좋은 선택이 아닐런지......

좋은 생각인 거 같다. 외국에도 크리스마스나 중요한 날에는 이런식으로 각자의 집으로 가는 곳도 있다던데.. 우리나라는 너무 여자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거 같다. 여자도 추석이나 설날엔, 친정에 가서 맛난 거 먹고 즐겁게 지내고프다구요....




빠꾸샤 이 생각을 자꾸 퍼뜨리면 언젠가는 우리 나라도 명절을 그렇게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2003.09.10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