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뒷담화

책 읽기, 영화 보기 <용은 잠들다> <아이브 러비드 유 소 롱> <벤자민 버튼..>

몽여사 2009. 2. 23. 10:12
2009년 2월 19일 목요일

미야베 미유키의 책 3번째 <용은 잠들다> 다 읽다.

드라마 <마왕>에서 등장하는 사이코메트리 혹은 사이킥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청년들의 이야기 + 나로서는 처음 보는 미미여사 버전의 연애담 + 범죄추리를 적절히 버무려 놓은 이야기.
한 권으로서는 매우 두꺼운 책이었지만 활자가 큰 편이었고 처음부터 술술 잘 읽혀서 하룻밤만에 해치웠음.
바로 전에 읽었던 <마술은 속삭인다>와 <용은 잠들다> 두 편은 미야베의 추리 소설 중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버전인 듯함. 다음으로 읽을 나오키상 수상작 <이유> 가 기대됨.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영화 <아이브 러비드 유 소 롱 I've Loved You So Long(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2008)> 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영화.
그런데 영국 영화가 아니고 프랑스 영화이다.
15년동안이나 감옥에 있다가 나온 어느 여자와 그의 여동생, 그리고 그녀들의 과거 이야기.
주인공 여인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가 살짝 설득력 없는 점이 있으나(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배우들의 연기들이 매우 뛰어나고 내용 자체가 매우 가슴 절절하므로 눈물 흘리며 보았다.
전과자들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이후 생활 보장 + 재활 조치는 부러울 정도였음.
우리도 저 정도로 해 주면 재범률이 현저히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음.
가족 때문에 행복하고, 가족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보다.



혹자는 지루하다! 재미없다! 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더만,
내 근래 본 영화 중에 타이틀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이렇게 눈물이 훌쩍 훌쩍 나오는 영화는 없었음.
우리도 늙은 것일까. 저런 영화를 보니 이렇게 슬플 수가 있나.. 하면서 언니랑 같이 울었음.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 하나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음.
이동진의 말대로,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난 영화였음.
특이한 인간인 벤자민의 일생을 다룬 점에서는 가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훨씬 문학적이고 우아한 영화였음.
같이 본 젊은이들은 별 감흥이 없는지 울지도 않고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나가더라만...
나는 어찌나 슬픈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젊음은 참으로 짧고 노년은 지루하게도 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그것이 심지어 거꾸로 되었을지라도..-,
벤자민이 처음으로 버려진 곳이 양로원이었다는 것은 정말로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진 설정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피츠제랄드라는 천재 작가의 원작이 꼭 읽고 싶어졌고,
그것이 장편이 아니라 단편이라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고,
그런 단편을 가지고 저렇게 긴 영화를 잘 만들어 낸 감독이 존경스러워졌고,..

난 브래드 피트를 안 좋아라 하지만, 저 영화에서 왜 브래드 피트를 썼나하는 것은 벤자민이 젊어지기 시작할 때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했음.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그의 젊은 시절이 브래드 피트만으로도 어찌나 화려하고 찬란하게 느껴지던지.... 제임스딘이 부활한 줄 알았음.

데이지 역할을 한 케이트 블란쳇은 나는 뭐 불만없이 봤으나 언니가 너무 싫어라 했음. ㅋㅋㅋ.. 실제로 배역 자체도 별로 사랑스럽지는 않았고.
그녀보다는 중간에 벤자민이 처음 사랑을 느끼는 중년 여성 역할을 한 틸다 스윈튼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었음. 그녀가 맡았던 역할도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가 왜 그녀를 케이트 블란쳇과 헷갈려 왔나 되짚어 봤더니,(난 심지어 틸다 스윈튼이 엘리자베스 여왕 역할을 했던 배우인 줄 알았음) 아주 오래전 10년도 더 전에 열심히 봤었던 데릭 저먼의 영국 영화에 그녀가 항상 등장했었는데, 그게 내 머리 속에서 착각을 일으켰던 거지. 심지어 올란드의 그 주연이 틸다 스윈튼인지도 새삼 깨달았음. 앞으로 틸다 스윈튼을 사랑하게 될 거 같음.


(이 언니가 틸다 스윈튼)

하여튼 간만에 우아한 영화를 보고 문학에 대한 흥미를 고취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서글픈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용은 잠들다>나 <벤자민...>이나,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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