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싫어하기 이전에, 엄청나게 무서워한다.
어릴 때는 고양이가 100m 전방에만 있어도 길을 돌아갈 정도였으니깐.
어딘가에서 들리는 고양이 소리를 제일 먼저 알아챘고, 덜덜덜 떨면서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전생이 쥐였던가?)
그리고 심지어 고양이 사진이나 그림도 만지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우리 온 가족이 고양이를 싫어했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매우 많아 나아졌다.
그래서 길가다가 고양이가 지나가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게 되고,
고양이 엽서랄지, 고양이 그림이랄지, 캐릭터랄지.. 그런걸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고양이를 내 손으로 직접 만지지는 몬한다.
며칠 전 박서방이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갔는데,
숙박 예약을 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그곳에서 직접 여기저기 펜션을 둘러보며 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절벽 가까이 있는 그럴 듯한 펜션에 갔더니,
몽치가 허걱! 하며..
"엄마 엄마 저기 계단에 엄청나게 큰 고냥이가 있어가지구서리.. 거기 갈 수가 없어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라고 하는거라..
그래서 나도 슬금슬금 다가갔더니, 계단쯤에 하얀바탕에 노란 무늬가 있는 일반적으로다가 생긴, 그러나 등빨이 좋고 살이 통실통실하게 찐 살찐이류의 고양이가 척하니 퍼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몽치랑 표독이랑 나랑 셋이서 벌벌벌 떨면서 그 펜션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을 때,
마침 그 고양이가 다리를 우하하게 들더니 깡총깡총스르르르르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었다.
우린 동시에 세명이서 허걱...거.. 하면서리, 뒤로 주르르 도망가려고 하는데,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서 우리를 반기셨다.
"이 고양이~ 이름이 랑이란다~ 성은 호씨고.. 얘는 주사랑 다 맞아서 아주 깨끗하고 무섭지 않아.. 집고양이니깐.. 걱정하지마" 이러신다.
아줌마 눈이 진짜 고양이랑 닮았더라.
이상하게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 고양이랑 좀 닮는 거 같은 건 내 생각?
여튼 그래서 그 고냥이를 좀 경계심을 풀고 지켜봤는데, 뽀얀 것이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고, 살도 오동통 쪄가지구 좀 귀엽고.. 거기다가 목에 아주 맵씨가 있게 빨간 리본을 달고 있어서 더욱 이뻐 보였다.
아니, 내 눈에 고양이가 이뻐 보이다니.. 내가 죽을 날이 다가 온 것인가?
여튼 그 펜션 깨끗하고 경치도 좋았으나, 계단이 너무 많고 복층 구조라서 박서방이가 애들 위험하다 해서 그쪽에 안 머물고 다른데를 택하게 되었으나, 돌아오고 나서도 두고 두고 그 고냥이가 생각이 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양이라는 짐승이 참 매력적이고 우아하고 이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 고냥이였다.
다른 펜션으로 가는 차 안에서 표독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이제 돼지띠 안 하고, 고양이띠나 토끼띠 할래요!!!!!!!"
라고.
ㅡ_ㅡ 흐으으으음............냐옹냐옹
*) 나중에 우리가 묵은 펜션에는 어미 진돗개랑(진돗개처럼 보였음) 새끼 똥깡아지 3마리가(얘네도 진돗개겠지) 있어서 애들이 더욱더 좋아라 하며 놀았다.
압~빠!!!! 강아치가 내 장갑을 물었쪄요!!! 하면서 강아지랑 놀다온 표독이가 박서방에게 막 일러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