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몽여사의 수다 2008. 1. 24. 16:47

오늘 낮에, 몽치가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수업 도중에 배가 아프다 하더니, 점심 먹은 걸 많이 토했단다.
"혹시나해서 어머님께 미리 전화드린다" 해서, 잠자고 있는 표독이를 들쳐 업고 이 추운데 몽치 학원으로 애를 데리러 갔다.
애는 다행히 토하고 나서는 속이 편한지, 수업도 잘 받았다 하여, 데리고 나오자마자 근처 소아과로 가서 진료 받고 약을 지어왔다.
요즘, 감기가 그런 식으로 배가 아픈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종종 있다 한다.
내일이 어린이집 졸업발표횐데, 지금 상태로 봐서는 괜찮을 것도 같긴 하지만.. 하여튼 나 혼자 애 들쳐 안고 진땀을 흘렸다.
오늘따라 몽치 아배는 왜 또 차를 가지고 가냐구~~~~~

여튼, 오늘 쓰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구.
몽치를 데리러 급한 마음에 나가서 택시를 잡았는데 할아버지 택시기사였다.
탈 때부터 애기 머리 조심해서 조심조심 타라는 둥, 날씨 추운데 어딜 가시냐는 둥 친절하게 몇가지 묻는다.
이런 저런 얘기를 계속 하더니, 나보고 인물도 좋다는 둥... 어려 보인다는 둥, 남편한테 사랑 받겠다는 둥.. -_-;;;;; 말도 안 되는 칭찬까지 하신다. 민망해라...
여튼 가는 내내 애 걱정까지 같이 해 주시더니,
학원에서 애 데리고 바로 집에 가느냐 하시면서, 그럴 거면 추운데 또 다른 택시 잡지 말고 자기 택시 그냥 타고 가란다.
첨엔 넘 친절하니깐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나보고 인물 좋다고 하는 느끼한 멘트에서 더 겁이 났음) 자세히 보니 이상한 아저씬 아닌 듯 했다.  워낙에 친절하시어 그것이 과잉되게 보이는 것 뿐인 듯 했다.
그래서 애 데리고 병원에도 가야 할 듯 하고, 애 수업이 아직 안 끝났을거라 그러면서 고맙다고 하고 내렸다.
택시비 받아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끝까지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가신다.
애 땜시 맘이 벌렁거리며 탔는데, 그런 친절한 아저씨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과도한 칭찬 멘트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서두...

여튼 그러고 애를 데리고 병원 갔다가 그 앞에서 또 집에 오는 택시를 탔는데,  이 아저씬 또 완전히 정반대의 아저씨였따.
인상도 완전 곰사냥꾼 같이 험악하게 생겼고, 탔을때부터 내릴때까지 어찌나 인상을 쓰고 있던지.
그리고 몽치가 몇번 발로 바닥을 살짝 살짝 굴렀는데, 바로 "하지마라!" 하고 무섭게 말을 한다.
몽치랑 나랑 완전히 쫄아서 집 앞까지 들어가자 소리도 못하고 큰길에서 내려서 그 택시를 탈출했다.

아휴.. 무서워...

친절한 택시나 불친절한 택시나.. 택시는 왜 이렇게 무서운걸까.
처음의 그 할아버지는 그래도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너무 고마왔고, 오는 길의 택시는 정말 공포스러웠다.

오늘 내가 한 극과 극의 체험이었다.

Posted by 몽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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