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교 시간에 몽치를 데리러 박표독을 유모차에 담아서 끌고 갔다.
교문 앞에 우중우중 서 있는데, 입학식 쯤에 알게된 박몽치네 반 아이의 엄마가 인사를 한다.
그리고 표독이를 보더니, "어머~ 진짜 애기구나.. 몽치랑 차이가 많이 나네요?"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뭔 얘기 끝에 나보고 "몽치 엄마는 나이도 어리신데.. 어쩌구 저쩌구" 라고 한다.
엥? 내 나이가 어린가?
그래서 "저 나이 어리지 않은데요.. " 하면서 살짝 쪼개니깐-어리다, 늙었다 라는 기준이 뭔지 몰라서- 그 엄마가 은근히 몇년생이냐고 물어본다.
몇년생이라 말했더니,
"엄머,... 저보다 언니시네요.. -_-;;;;;" 하면서 급당황한다.
알고보니, 나보다 2살이나 아래였다.(음력띠로는 3살이나 아래)
그동안 나를 자기 동생뻘로 알았나보다. 그래서 언니인 척 하려다가 급당황한거지.

핫핫핫...
나 그렇게 어려보이는겨?
이거 원.. 기분 너무 좋은 거 아냐?

근데 그 뒤로 그 엄마가 나를 왠지 어색해 하는 기분이다. 왕따 당하는 것일까 -_-;

여튼 그건 그거고,
막 그러고 있는데, 또 몽치네 반 아이들의 엄마 중에 하나(빨간츄리닝과 빨간운동화, 가끔 모피코트를 즐겨입으시는 왕 패션녀)가 갑자기 나랑 얘기하던 그 엄마에게 다가오더니,
팔을 막 끌어잡고 다른데로 가더니, "오늘 일찍 바로 가실거예요?" 라고 물으며, 같이 애들 반 청소를 해 주자는 둥.. 딴 반은 커튼도 엄마들이 빨아다주고 그러던데 우리반 선생님은 너무 관심이 없다는 둥.. 아주 난리가 나셨더라.(물론 옆에 유모차 끌고 어설프게 서 있는 나에겐 한마디도 하지 않음. 무시당함. -_-;;;)

흐유.. 난 교실 더럽던 말던 아무 상관 없던데. 진정으로 저렇게 깨끗하신 분들이신지, 아님 그냥 무조건 뭔가 애들을 위해서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건지..
난 몽치네 반 담임선생님이 따로 엄마들 붙잡고 뭐 해오라 어쩌라 하지 않고, 애들에게만 신경 쓰는게 훨씬 좋아보이던데. 엄마들은 그게 싫은가?
여하튼 나로선 절대 이해가 안 되는 시츄에이션이다.

글쓰다 보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나는 학교 댕길 때도 커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커튼 빨아오라는 게 젤 싫다.
중학교 때 학생들에게 굉장히 미움 받던 가사선생이 있었는데,(목소리 엄청 크고, 몽둥이로 애들을 마구 두들겨 패는 여선생이었다.) 각 반에 제일 키큰 애들을 뽑아서는 커튼 당번이라는 걸 만들어서는 만약 자기가 돌아다니다 그 반의 커튼 고리가 하나라도 떨어져 있으면 그 커튼 당번을 드립다 패는 것이었다. 아휴.. 난 그 선생이 지금 생각해도 완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 애들이 커튼 고리 신경 쓸 시간이 어딨다고.
세상 살아가는데 절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목숨 거는 사람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우습다 우스워.
여하튼, 앞으로도 몽치 학교 커튼 빨아오라 분부 내리시면 왠지 싫을 거 같다.
우리집 커튼 빨기도 싫구만.

그나저나 나 요즘 학교 엄마들 얘기 너무 많이 쓰신다.
내 삶의 반경이 너무 협소하누나. 으흑..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황당하신 일이 많이 벌어지다 보니..
아니 그게 아니라, 솔선수범하지 못하는 자괴감을 엄마들 뒷담화로 풀고 있는거지 지금 내가.
이러다 욕 ㅊ듣는 엄마 되는 거 아닌지 -_-

며칠 전 박몽치가 책을 읽다가 "엄마, 독.립.이 뭐야???" 라고 큰소리로 묻던데,
제발,.. 박몽치, 빨리 독립해 주길 바래~
Posted by 몽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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