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0일 토요일



몇년만에 혼자서 조조영화를 보러 갔다.
몽치는 토요일 학교 등교하고, 표독은 서방님께서 봐주시고,
아침밥 일찍 먹고 등교하는 애랑 같이 나가서 걸어서 슬슬 영화를 보러 갔다.
어찌나 즐거운지.. 그 기분을 이루 말할 수가 있으랴...
발이 공중에 둥둥 뜨는 것처럼 즐겁더라.
캬캬캬..

그리 오랜만에 혼자 보는 영화에 심지어 내 사랑 송강호 아자씨가 나오는 영화를 봤으니 기쁨이 두배라.
하기야, 지금 뭔 영화를 본들 안 즐거울쏘냐..

"놈놈놈"은 거의 안 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많이 봤을테니(불쌍한 박서방 빼고), 뭐 갖가지 평가는 뒤로 하고,
영화 보는 내내 고막이 터져라 울려대는 총성과 고함소리, 잔인한 장면 등등으로 사실 즐겁지만은 않았음.
비싼 돈 쓰면서 중국 까지 가며 고생고생하며 찍은 것은 알겠으나, 그 돈이 너무 아까왔는지, 영화 내내 총격씬이 너무 많아 심지어 지루하기 까지 했다는 것.
만약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이었다면, 그 시끄러운 와중에서도 살짝 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익히 내용이 깊지 않다는 것은 들어 알고 갔으니 편한 맘으로 액션씬과 멋진 만주 벌판을 감상해 주시겠다고 맘을 먹었으나 그래도 그렇지가 않더라.
잘생기고 연기 잘 하는 배우 셋이나(정우성은 잘 생긴 것만..) 나오는데 좀 더 재밌게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음.
이왕 내용 없는 거면 웃기기라도 좀 더 했으면.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정우성만 나오면 누구 말대로 후광이 비치는 듯이 진짜 좋은놈이라는 타이틀을 안 달아줘도 좋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하는 것이었다.
난 정우성을 그리 잘 생겼다고 평소 생각지도 않는데 말이지.
그래서 뭐 따라갈 내용도 없고 굳이 괴롭게 추리할만큼 깊은 영화도 아닌지라, 세 배우를 어떻게 찍었나 비교분석하는데 시간을 들였더니,
역시나.. 정우성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많이 클로즈업을 시켜주더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 반대되는 카키와 황토색의 모자와 세련된 재킷. 거기다 안에는 푸른색 진으로 된 셔츠를 이쁘게 받쳐 입고 있다. 아무리 좋은 놈이라도 사막 같은 만주 벌판에서 다려입은 듯이 고운 그의 옷.. 푸핫핫..
거기다가 반짝이는 검은 눈에 윤기나는 검은 머리. 셋 중 유일하게 개기름이 좔좔좔 흐르는 고운 피부, 그리고 심지어 빠알간 입술엔 립글로스까지 이쁘게 발라 준 듯 하더라.
그러니 그리 후광이 막 번쩍번쩍 비치지.
상대적으로 병헌이 오빠는 심한 다크써클에(조니뎁 흉내 냈나봐) 어설픈 검정양복과 흰셔츠. 거기다 심하게 부풀린 검은 머리는 어찌나 머리를 크게 부풀려 보이게 하던지.. 멀리서 찍은 씬에는 머리 밖에 안 보이더라.
송강호 오빠는 외모가 어떻든 항상 내 눈엔 젤 멋있어 보이니 두말 않겠다 핫핫.

여튼, 분장과 의상 조명빨 등등으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서 그런 건 나름 재밌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긴 하였으나, 선악을 또 너무 도식적으로 나눈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거의 모든 놈이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쓰고 나오던 오리지널 놈놈놈(더 굿, 더 배드, 더 어글리)보다는 그런 면에서 더 세련되었나 덜 세련되었나.

끝날 때까지 좀 더 뭔가 더 더 더!!! 라는 목마름이 남는 영화.
보고 나서는 아무것도 생각 안 나는 영화.
역시, 김지운 감독은 내 기억 속에서 '반칙왕'이 최고였던 감독으로 남을 것인가?????!!!!


p.s. 정우성 오빠 대사에는 자막 좀 넣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어찌나 대사를 우물우물 씹어대던지..

Posted by 몽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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