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야

문예뒷담화 2008. 8. 31. 22:32


-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 권영주 옮김
- 2008년, 북폴리오


요즘 독서계에서 한발 물러선 뒤로, 뭔가 제대로 읽은 책이라고는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몇년간은 화장실에 책을 주르르 가져다 놓고선 잠시 잠깐이라도 몇줄이라도 읽고 나오기라도 했는데.. 그래서 몇년만에 한권씩 책걸이를 하기도 했었는데.
요즘 완전 바보 되어서, 골치 아픈 영화 못 보고, 책도 끝까지 다 읽어제낀 적이 없는 듯 하다.

그런데 내가 요 며칠 열심히 읽어 내리는 책이 하나 있다.
이 책도 유명한지 어떤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다른 책을 구매했을 때 달랑 단편 두개 딱 실어서 샘플북(그러니깐 맛배기북)으로 공짜로 보낸 것을 한달이나 지나서 한 번 스르륵 읽어보고선 너무 재미있어서 구입해 버리고 만 것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일본의 젊은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네 탓이야" 라는 책이고, 이 작가의 더욱 유명한 책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이라는 책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나의 미스터리한~"을 먼저 읽고선 그 다음으로 "네 탓이야" 를 보는가본데, 난 뭐 사전지식 전무인 상태에서 일단 두 권 다 구매한 다음, 보던 거라서 "네 탓이야"부터 읽고 있다.
"네 탓이야"는 이제 한가지 단편만 남았고, "나의 미스터리한~"은 맨 처음 단편을 읽은 상태다.

이놈의 단편들은 대부분 무서운 살인사건을 다루고는 있으나 그렇게 심각하지도 오싹하지도 않다.
추리해 가는 방식도 각기 다른 두명의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 "고바야시 슌타로"를 내세워 각자 하나의 단편씩 맡고 있는데, 그 전개 방식도 서로 사뭇 달라서 매번 적응해 나가는 것도 새롭기만 하다.
하무라 아키라(프리터족)가 나오는 단편은 하무라가 사건을 접해서 그것을 조사하고 추리해 나가는 형식이고, 고바야시 슌타로(이상한 경찰)가 나오는 단편은 "도서추리" 방식의 미스터리다. 내가 이전에 도서추리가 뭔지 알기나 했겄나... 이 글을 읽고 관심 가져 검색해 보니 어느분께서 그 특징을 상세히 서술해 놓으셨다.
http://blog.naver.com/thewho21/130008443061 <-- 참고.

그런데 이 작가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내 깊이 생각은 안 해 봤지만, 뭐 추리 소설이 원체 재미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가 특유의 심드렁하면서도 슬쩍 슬쩍 끼워 놓은 위트있는 상황에 대한 서술과 주인공의 마음속 대사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 갑자기 그런 문장을 맞닥뜨리면 피식 하며 코웃음을 한번 흘려주고 그 담에는 혼자 낄낄 거리며 웃게 된다는 것이지. 오사삭한 추리소설을 읽으며 그렇게 우스운 시츄에이션을 읽는 재미가 너무 쏠쏠한 거라..

그리고 추리소설의 대상이 될만한 그런 소재들이 결코 멀리 멀리 넘의 일들만이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내 이웃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으로 시작하여, "네 이웃의 악의를 조심하라" 라는 부재를 달아 모든 크고 작은 얘기들을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기발한 능력이, 끝없이 나태한 생활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나를 밥 먹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커다란 힘인 것이라..

Posted by 몽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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