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내가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서 또 앓아누웠다.
요즘 계속 알러지성 비염 증세가 있어서 밤마다 콧물과 목아픔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냥저냥 참고 있다 보니 몸살이 심하게 온 것이다.
어제는 저녁부터 드러눠서 표독이에게 대충 젖을 먹이고 잠들었는데, 한밤중에 또 일어나 켁켁켁 보채는 걸 본체만체 절대절대 안 일어났더니 또 그 예의 대성통곡을 하며 떼굴떼굴 구르신다.
한 5분여간을 그렇게 찢어지게 울도록 내버려두고 꼼짝도 않고 눠있었더니 - 사실 일어날 힘도 없었다 너무 아파서 - 표독 아배가 저 방에서 자고 있다가 와서는 애를 울린다며 구박을 한다. 그래도 모른체 눠 있었다. 그랬더니 한대 푹 차더니 애를 데리고 간다.
애는 한동안 울고불고하다가 지쳐 잠드는 것 같았다. 새벽에도 몇번 깨는 거 같은데, 그 아비가 또 토닥거려서 재우는 모양이다.

원래도 내가 토닥거리면 절대 안 자고 젖을 물려야 자는 앤데, 지 애비가 토닥거리면 나 없이도 잘 잤었다.
그래서 진즉부터 애 좀 데리고 자 달라 해도 내 말을 무시하더니, 어제는 내가 완강하게 버티니깐 데리고 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파서, 몽치 학교 가는 것도 겨우 보고 하루 죙일 쌩까고(흐흐흐.. 비속어를 써야만 그 느낌이 전달되니 이를 어찌하랴..) 눠서 밥을 얻어 먹고 있었다. 그랬더니 몽치 아범이 와서는
"얘 오늘부터 젖 안 줄거야?" 라고 말한다.
밤새 이렇게 아픈데 또 약도 못 먹고.. 하면서 혼자 서러워 했던지라, 그냥 바로 "응!" 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래서 졸지에 박표독은 그농의 엄마 젖과 이별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갑자기 힘이 솟아 애가 젖 달랄 때마다 냉장고에 넣어뒀던 레몬즙을 젖에 바르고 입에 물렸더니, 아주 쓰다고 난리난리 웩웩거린다.
ㅋㅋㅋㅋㅋ
한 세번 그랬더니 요 눈치 빠른 것이 이제는 젖을 안 문다.

아주 젖달라고 포즈를 취하며 나한테 안겨서도 정작 젖을 물리는 시늉을 하며 옷을 들치면 살살 웃으며 보기만 하고 절대 물지는 않는다. 고것참..
그러면서도 계속 아쉬움이 남는지 옷을 들쳐서 한 번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젖을 빠는 시늉을 하며 샐샐 웃고 그런다.
참.. 웃기는 지집애다.

여하튼 그리하야...
박표독 여사는 만 14개월을 꽉 채우고 드디어 모유수유 중단의 운명에 맞닥뜨렸다는 그 야그다, 시방.

둘째는 꼭 모유 먹여서 키우리라.. 오래오래 먹이리라!! 라며 모유 먹이려고 회사도 때려치고 굳게 결심했던 지라, 좀 더 오래 먹이고 싶은 생각, 애가 불쌍한 생각,.. 섭섭한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었으나,
이렇게 아플 때마다 모유수유 때문에 약도 제대로 못 먹고, 또 약을 먹을 때라도 불안에 떨며 먹는 짓 고만 하고 싶은 맘이 더 크다.

몽치는 6개월도 다 못 먹이고 젖과 이별을 했는데, 14개월이나 먹었으면 정말 많이 먹은거다 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오늘도 아비와 함께 잠자리로 그녀를 보냈다.
오늘은 안방 침대에서 아빠와 오빠와 표독이가 다 같이 잔다.
나는 이제 쓸모없는 에미로 골방으로 내쳐졌다. 그래도 기쁘기만 하다 으핫핫핫핫!!!

한참 깔깔깔 지 오빠랑 웃다가 울다가 하며 시끄럽더니.. 지금 한시간 정도 지났는데 조용한 걸 보니 잠들었나보다.
밤중에도 여러번 깨서 울고 보챌 텐데.. 지 애비가 뭐 잘 하겄지.
난 정말 1년 넘게 잠 설치며 수고란 수고는 다 했다구.
이제 나도 단 한 번 깨지 않고 잠 좀 편하게 자보자!!!
Posted by 몽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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