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더웠을 거 같은 여름이 이제 서서히 가고 있나보다.
어젯밤에는 잘 때 막 춥더라. 지금 아침에도 다리가 선들선들해서 양말을 찾아 신었다.
임신하고 회사를 관뒀을 때만 해도, 지금 이렇게 쉬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날이 오리~ 하면서 만판 놀고 먹고 죄책감 없이 잘 쉬어줬는데, 이제 정말 애를 낳고 본격적인 살림 모드에 돌입하려니, 맘 가짐이 잘 안 먹어진다.
물론 도와주시던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다 각자 댁으로 돌아가시고 난 이번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나 혼자 살림 하면서 그럭저럭 식구들 아침도 해 먹이고, 설겆이도 잘 하고, 내 스스로도 좀 놀랄 정도로 집도 나름 깨끗하게 유지하며 애도 잘 키우고는 있지만..
이제 창창하게 펼쳐질 전업주부의 삶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가 안 잡힌다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 해 댈 것인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그냥 대충대충 설렁설렁 그렇게 살 것인지, 맘이 안 먹어진다.. 아윽..
아직도 하기 싫은 일은 하기 싫고, 잠만 자고 싶고, 놀고만 싶거든.
이런건 어떻게 하면 맘이 먹어지는 것인가?
설겆이하고 빨래 하고 작은 애 들쳐안고 큰 애 데리러 가고, 또 밥하고 젖먹이고.. 숙제 봐주고, 씻기고 재우고..
이게 다인가? 이것만 잘 하면 되는건가? 진정 그런거야?
아님.. 또 다른 뭔가를 해야 하는건가?
"살림 잘 하는 법" "전업주부로서 꼭 해야 할 일" 이런 교과서는 없나? 각종 회사생활에 대한 지침서는 넘쳐나더만. 왜 전업주부에 대한 지침서는 없는가.
주입식교육으로 자라난 나에게 누가 좀 그런것 갈쳐주면 좋겠다.